본문 바로가기

짜릿짜릿 쇼핑스토리/일상다반사

팥죽과 홈쇼핑 상담원의 공통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 부리는 게 여자와 팥죽이라고 한다.
GS샵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며 느끼지만

하루에도 12번씩 변덕이 일어나는 진정한 ‘팥죽녀’가 바로 ‘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든다.
고객과 상담하며 정말 다양한 고객들에 따라
상담원의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쓰나미에 휩쓸리듯 요동치게 만드는 고객들의 유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호통형- “감사합니다. GS샵 상담원 000입니다.”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야! 야! 야!” 다짜고짜 호통부터 치고 보는 고객이다. 주로 중년 남성고객이 많다.
일단 불만사항이나 불편한 점은 말도 안하고 회사에 대한 욕만 실컷 늘어놓는다.


2. 억지형- 사은품이나 적립금을 문제 삼는 고객들이다.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로 ‘우리 옆집은 물건 하나 사니 사은품을 주던데 나는 왜 안주냐?’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 정도면 괜찮지만 있지도 않은 사은품을 달라고 생떼를 쓰게 되면 곤란해진다.
종종 ‘내가 여기서 양보(?)할 테니 적립금으로 넣어달라’고 하시기도 한다.


3. 학구형- 20대가 주를 이루며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노트북, 카메라 등 전자제품을 구입 후 전문 용어를 쓰며 상담원을 시험하듯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 유형.
물론 우리 상담원들도 교육을 받지만 세부적으로 질문을 하시면 당혹스러워진다.
이런 유형은 대개 자신의 질문에 자신이 답을 내리고 전화를 끊는다.


4. 수다형- 제품이나 물건에 대한 질문이나 불만사항이 아닌 자기 이야기를 한다. 가정 주부들이 많으며 남편 흉보기부터 자식 자랑, 동네 땅값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가 있다.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도 고객만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맞장구를 칠 때도 있다.
이야기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적당한 선에서 상담을 마치게 된다.


5. 신사형- 먼저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로 상담을 시작하는 고객들이다. 통화 내내 존칭어를 쓰며
질문도 요점만 말하기 때문에 상담 시간도 대부분 짧다. 상담이 끝나면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라고
끝 인사를 한다. 순간 내가 고객인지 상담원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가장 선호하는 유형^^


이런 전화를 하루에 수백 통씩 받게 되면 5가지 유형을 고루 접하게 된다.
호통형의 고객과 상담을 하다
‘나도 집에서는 귀한 자식인데…’ 라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하고

신사형의 고객과 상담을 하다 금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루를 마치고 퇴근할 때
‘오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상 모든 사람과 만났다는 기분이 들어
피식 웃을 때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이 기대감으로 상담을 하며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전화 상이지만
고객과 나의 마음이 통할 때.

바로 고객이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 나는 이 직업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 글은 GS SHOP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여러분이 현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