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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짜릿 쇼핑스토리/일상다반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판결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어느 겨울 밤, 한 할머니가 뉴욕 즉결법정에 섰다. 병들어 누운 딸과 손녀들을 보다 못해 상점에서 빵을 들고 나오다 붙잡힌 것이다. 초범인데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은 방청객들은 내심 판사의 선처를 기대했으나 판사는 단호했다.
"사정이 아무리 딱해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잘못입니다. 법은 만인에 평등하고 예외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술렁이는 방청객들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판사의 논고는 이어진다. "노인이 빵을 훔쳐야 하는 이 비정한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온 내게 벌금 10달러, 노인이 빵을 훔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도움을 주지 않고 방치한 여기 모인 뉴욕 시민들에게도 각각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판사는 10달러를 모자에 넣고 방청석에 돌렸따. 금세 57달러 50센트가 모였다. 판사는 10달러를 벌금으로 내고 나머지를 할머니에게 건넸다. 이 판사가 뉴욕시장을 세 차례나 지내고 맨하탄 근처의 공항 이름으로 남은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다.


사례 하다 더.
올 해 1월, 미국 메사추세츠주 연방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스캇 브라운이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투표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후보인 마사 코클리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었다. 메사추세츠는 1972년 이후 공화당원이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사망한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이 47년간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메우는 보궐선거 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캇 브라운의 당선으로 정작 유명세를 탄 사람은 따로 있었다. 브라운은 선거기간 중 신문기자로부터 '당신은 과거에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된 일이 있느냐' 는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들과 따듯한 사랑을 나누지 못하며 자란 스캇은 문제아가 되었고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렸다. 그가 12살 되던 해 어느 날, 마켓에서 레코드판 몇 장을 훔치다 붙들려 재판을 받게 됐다. 그는 담당 판사인 사무엘 앞에 불려갔고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사무엘 판사: 너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스캇: 네, 아주 좋아합니다.
판사: 다른 좋아하느 건 없냐?
스캇: 농구도 좋아하고 달리기도 자주 합니다.
판사: 농구 실력은 어느 정도냐?
스캇: 한 게임에서 30점에서 40점 정도는 올립니다.
판사: 형제는 어떻게 되지?
스캇: 이복 남동생 하나와 누이 동생들도 몇 있습니다.
판사: 그래? 동생들이 너를 잘 따르냐?
스캇: 물론입니다.
판사: 좋은 일이다. 그런데 네가 교도소에 들어가 농구하는 모습을 동생들이 보면 어떨 것 같으냐?
스캇: ...
판사: 지금 대답하기 곤란하면 다음 주 까지 글로 써서 제출해라. 1500단어 이내로 반성문을 써라. 알겠지?

스캇은 반성문을 써서 제출했고 곧 풀려났다. 그는 사무엘 판사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해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 메사추세츠주 연방상원의원에까지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팀원들한테 들려주며 우리는 언제쯤 저렇게 창의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판사를 볼 수 있을까라며 자조 섞인 한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한탄을 비웃기라고 하는 듯 며칠 전 신문에 난 작은 기사 한 꼭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렴."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소년법정.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A양(16)에게 서울가정법원 김귀옥 부장판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거운 보호 처분을 예상하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던 A양이 쭈뼛쭈뼛 일어나가 김 부장판사가 다시 말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다. 김 부장판사는 "내 말을 크게 따라 하라"고 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큰 목소리로 따라하던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법정에 있던 A양 어머니도 함께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참여관, 실무관, 법정 경위의 눈시울도 빨개졌다....      <전체 원본기사 보기>


성경에서는 솔로몬을 가장 지혜로운 사람으로 꼽는다.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자가 서로 친모임을 주장할 때 사랑을 근거로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식은 머리에 있고 지혜는 가슴에 있다. ^^*